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3월의 계절적인 성수기 등의 여러 요인이 부동산시장 전반에 훈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건설시장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에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살아나고 있는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건설기업 전반의 체감경기 침체수준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며, 경기 상황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건설자재 시황 또한 회복이 어려운 실정이다. 좀처럼 주요 건설 자재의 시세가 큰 변동 없이 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중 유통업계의 동향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향후 부동산 시장을 비롯해 건설 업황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성급해 보인다.
이달의 주요 건설자재 거래동향을 살펴보면, 가격 변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자재는 거의 없었으며, 유통 수급 상황 또한 불균형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자재 가격이 보합세를 나타냈으며,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이형봉강, 형강, 특수강, 시멘트, 전선, 원목자재 등이 있다. 이형봉강 자재(고장력 하이바 10㎜ 규격 기준)는 여전히 강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계절적인 성수기가 찾아오면서 시중 거래가 다소 활발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아직은 저조한 수준이며, 건설사 간 가격 협상 타결로 가격 상승에 탄력을 받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통 판매 가격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기존 가격으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이며, 수입재를 겨냥해 저가 경쟁에 나서는 업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형강자재는 지난달 말 제강사의 공급가격 인상이 통보됐지만 시중 유통 가격의 진통은 가시지 않고 있다. 3월 거래시세는 여전히 저조하며, 어려운 경기 탓에 실수요의 인상 반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품가격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수입 오퍼가격 하락과 중국산 제품의 약세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가격 인상 압박은 유통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수강 자재는 3월 성수기에 돌입하면서 자동차용을 비롯한 자재 시황이 활발하지만 시중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못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 시멘트 자재는 공급사들의 가격 인상 통보 이후, 레미콘 업계 등을 비롯한 관련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공급사들은 지난 몇 년간 전력요금과 운송비 등 제조 원가가 많이 올라 시멘트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는 입장이긴 하나 최악의 건설경기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의 경영악화가 우려되고 있으며, 여전히 수급상황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도소매 대리점의 3월 거래 가격은 인상분이 반영되지 못하고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선 자재는 전기동 가격이 3개월 만에 다시 약세로 전환됐지만 인하폭이 크지 않아 메이커와 유통 대리점에서는 전월대비 보합세를 유지했다. 원목자재는 뉴질랜드산 원목 등을 비롯한 수입재 유통 가격이 수개월째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산지 가격은 지난달에 이어 소폭의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국내 시세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유통업체가 실질적인 수입가격 인상분을 견인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내림세를 나타낸 자재는 철 스크랩 자재와 석유화학제품 등이 있다. 철 스크랩 자재는 제강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연관 하락해 생철제품을 기준으로 전월대비 약 4.6%가량의 내림세를 보였다. 석유화학제품은 아시아의 부타디엔 시세가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의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톤당 1,400달러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시세하락이 지속되면서 자재가격 하락을 가져왔다. 오름세를 나타낸 자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계절적인 성수기에 진입했지만 안정적인 수급 배경과 가시적인 건설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가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