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건설업계 키워드는 ‘상생’
철근가격 인하여부를 두고 제강사와 건설사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2011년 두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5,364억 원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등하기 시작한 철스크랩 가격 인상은 제강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와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가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격 인하는 필연적이라는 것이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이러한 협상 난항 속에 이미 이형철근의 시중 유통가격은 톤당 2만원 가량 인하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맘때가 되면 항상 있어왔던 제강사와 건설사간의 힘겨루기는 오래 끌수록 서로 손해인 것만은 양측 모두 잘 알고 있다. 여기에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수입되고 있는 중국?일본산 철강재 역시 국내시장에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관례는 비단 철강업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파티클보드(PB) 반덤핑관세를 둘러싼 가구-합판보드업계의 대립도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 가구업계는 동남아산 PB에 반덤핑 관세가 지속적으로 부과된다면 국내 중소 가구제조업체가 고사위기에 처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국내 가구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며 연장 저지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반면 합판보드업계는 반덤핑관세 연장 부과 신청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수입산의 국내 수입 증가로 국가 기간산업인 목재산업이 몰락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무역위원회는 이번 결정으로 일단 합판보드업계의 손을 들어줬으나, 지속되는 불신으로 마감자재업계의 골은 더 깊어졌다.
국산 판유리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중소 유리가공업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일감이 급감한 와중에 자재 가격까지 껑충 뛰면서 경영난이 가중된 것이다. 한국유리 등 국내 판유리업체들이 지난해 9월 유리 원료와 유리로를 가동하는 데 쓰이는 벙커C유의 가격 급등을 이유로 판유리 가격을 10% 가량 인상하자 이를 활용하는 중소업체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밖에도 지난해 11월 대기업 레미콘사들이 레미콘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철회해줄 것을 동반성장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점도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와 대기업 회원사들은 레미콘을 일방적으로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것은 수용할 수 없으며, 법적 행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히면서 적합업종 선정의 공정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렸다.
다행히도 예외 없는 법칙은 없듯,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하려는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진흙탕 싸움터 안에 있으면서도 의지를 갖고 전-후방 산업 관계에 있거나 자주 왕래하는 거래처와의 유대강화에 나서는 개별 기업들도 종종 눈에 띈다.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업체들이 서로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며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나부터 살고보자는 식의 주장은 결국 제살깎기식 경쟁으로밖에 이어질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반자적 입장에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력하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